Esther 1
1 [왕의 잔치와 왕후의 폐위] 이것은 ㄱ) 아하수에로왕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이 아하수에로는 인도에서 구스에 이르기까지 127도를 다스리던 왕이었다. (ㄱ. 이 황제의 이름이 바사 말로는 크솨야르솨이고, 이것을 히브리 말로 흉내 낸 이름이 아하쉬웨로쉬이다. 고레수의 딸 아톳사의 아들로, BC 486-465년에 통치하던 케르케스 1세이다)
2 그 당시 아하수에로왕은 수사 궁궐의 자기 왕좌에 앉아서 통치하였는데,
3 이렇게 천하를 다스린 지 3년째 되던 해에 자기의 모든 대신과 신하들을 위하여 큰 잔치를 베풀었다. 그러자 바사와 메대 전지역의 군대 지휘관들과 지방의 모든 귀족과 총독들이 왕 앞으로 모였다.
4 왕은 그들에게 장장 180일 동안이나 왕실의 엄청난 부귀와 왕의 눈부신 영화를 보여주었다. 그는 선왕으로부터 계속된 왕궁 건설을 완성하고 이렇게 성대한 준공식을 거행하였던 것 같다.
5 장장 반년 동안의 잔치가 끝나자 이제는 왕이 수사 도성에 사는 모든 백성을 위하여 궁중 정원의 안마당에서 7일 동안 잔치를 베풀었는데, 신분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초대하였다.
6 안마당에는 곱고 귀한 천으로 휘장도 치고, 곳곳에 긴 의자도 마련해 놓았다. 은이 나는 석고 기둥들 사이에는 백모시 휘장과 옥양목 휘장과 자주 비단의 휘장이 쳐져있었는데, 질긴 아마와 자주 비단으로 끈을 꼬아 이런 휘장들을 은고리에 매어서 돌기둥에 고정시킨 것이었다. 꽃무늬 돌, 흰 돌, 운모석, 검은 돌 등 값비싼 돌을 깔아 다채롭게 포장한 마당 위에는 다리를 금과 은으로 장식한 긴 의자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7 이 잔치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것은 금으로 만든 술잔들이었는데, 모두 금속 예술가들이 정교하게 만든 것으로서 그 크기가 다양하게 달랐다. 그래서 잔치가 끝날 즈음에는 작은 잔을 사용하여 술기운을 줄이도록 되어 있었다. 이 잔치의 술은 왕이 손수 내어 주는 술답게 넉넉하였다.
8 그러면서도 이 잔치는 궁중의 예식에 따라서 엄격하게 거행되지는 않았다. 왕이 이미 자기 궁궐의 모든 책임자들에게 지시하여, 누구나 마음대로 와서 먹고 마시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9 그와 동시에 왕후 와스디도 아하스에로 왕궁에서 여인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풀었다.
10 [왕후가 왕의 명령을 거스르다] 7일 잔치가 절정에 달하는 그 마지막 날에 왕은 포도주에 취하여 마음이 즐거웠다. 그래서 아하수에로왕은 항상 자기 곁에서 시중 드는 일곱 내시 곧 므후만, 비스다, 하르보나, 빅다, 아박다, 세달, 가르가스를 불러 이런 명령을 내렸다.
11 `왕후 와스디를 부르시오. 그가 왕비의 면류관을 쓰고 이 어전으로 나오게 하여, 이 나라의 백성들과 대신들이 모두 그녀의 아름다움을 보고 감탄하게 하시오.' 그녀의 용모가 참으로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12 그러나 왕후 와스디는 내시들이 전하는 왕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어전으로 나가는 것을 거절하였다. 왕후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왕명을 거절하자, 왕은 혹시 가족들에게서 반역의 음모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수많은 손님들 앞에서 자신의 권위가 흔들렸다는 생각도 들어서 몹시 화가 났다. 그의 온몸에서 분노가 불길처럼 치솟아 올랐다.
13 [와스디 왕후가 폐위되다] 왕은 즉시 역사적인 관례를 아는 현인들과 그 문제를 의논하였다. 왕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왕명과 법률을 잘 아는 모든 사람과 상의하는 것이 궁중의 관례였다.
14 그 당시 메대와 바사에서 왕 다음으로 높은 지위에 있었던 일곱 대신은 가르스나, 세달, 아드마다, 다시스, 메레스, 마르스나, 므무간이었다. 이들은 왕에게 가장 큰 신임을 받는 이들로서, 언제든지 왕에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15 아하수에로왕이 그들에게 물었다. `내가 왕후 와스디에게 내시들을 보내어 명령을 내렸으나 그가 명령에 따르지 않았소. 역사적인 관례에 따른다면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해야 옳겠소?'
16 그러자 므무간이 이렇게 진언하였다. `와스디 왕후는 임금님에게만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저희 모든 대신들에게도 잘못한 것이요, 임금님의 모든 도에 사는 온 백성들에게도 잘못한 것입니다.
17 왕후의 이번 일은 모든 여인들에게 퍼져 나갈 것이고, 결국 왕후가 모든 여인들에게 남편을 멸시하도록 본을 보인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하수에로왕이 왕후 와스디를 데려다가 어전으로 나오게 하라고 명령을 내리셨으나, 그녀가 나가지 않았다!' 라고 말하면서 모든 여인들이 남편을 무시하게 될 것입니다.
18 메대와 바사의 대신 부인들이 오늘이라도 당장 그 소문을 들으면, 왕의 모든 대신들에게 바로 이 왕후의 소문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일이 저희 대신들에게 멸시와 분노를 충분히 안겨 줄 것입니다.
19 그러므로 임금님께서만 좋게 여기신다면, 와스디가 다시는 임금님 앞에 나타나지 못하도록 친히 왕명을 내리시고, 또 그것이 다시는 변하지 못하도록 메대와 바사의 법률에 기록하게 하십시오. 그런 다음에는 임금님께서 그보다 더 예쁜 여인을 골라 왕후로 삼으셔야 옳을 것입니다.
20 임금님의 이러한 칙령이 이 광대한 제국의 방방곡곡에 선포되면, 존귀한 집에서부터 비천한 집에 이르기까지 모든 여인들이 자기 남편을 공대할 것입니다.'
21 왕과 대신들은 이 제안을 좋게 여겼다. 그래서 왕이 므무간의 제안대로 집행하여
22 그 제국의 모든 지방에 조서를 보냈는데, 각각 해당 지역의 문자와 말로 써보냈다. 왕은 이렇게 모든 가정에서 남편이 그 집안을 다스리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