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Samuel 14
1 [압살롬을 돌아오게 하는 요압] 압살롬이 그술 왕 달매에게로 도주하여 3년 동안 아무 소식이 없자 다윗은 그 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다. 요압 장군은 왕의 마음이 이렇게 변하자 그것을 눈치 채고 좋은 묘책을 꾸며 냈다. 다윗은 죽은 사람에 대하여 어쨌든 냉철한 판단을 내리고 단념이 빨랐기 때문이다.
2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9킬로미터쯤 떨어진 언덕 위의 마을에는 슬기로운 여인이 한사람 살았는데, 요압은 그녀를 데려다가 이렇게 시켰다. `그대는 가족이 죽어서 슬퍼하는 여인처럼 몸에 상복을 입고, 얼굴에 화장도 하지 말고, 머리에 기름도 바르지 말고, 이미 오랫동안 죽은 사람을 슬퍼하며 수척해진 여인처럼 꾸미시오.
3 그런 다음에 임금님을 찾아가서 내가 이제 시키는 대로 그대의 억울한 사정을 호소하시오.' 그리고 그는 그 여인이 왕을 찾아가서 해야할 일과 말을 가르쳐 주었다.
4 드고아 여인이 왕을 찾아가서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을 한 다음 이렇게 호소하였다. `임금님, 이 불쌍한 여인의 한을 풀어 주세요'
5 왕이 `무슨 일로 그렇게 괴로워 하시오.?' 라고 묻자 그 여인이 이렇게 말하였다. `저는 불쌍한 과부 신세입니다. 남편은 이미 소시적에 죽었습니다.
6 그래도 자식이 둘이 있어서 그 애들을 의지하고 살아왔는데, 그 애들이 자라서는 어느 날 들녘에 나갔다가 서로 몹시 싸웠습니다. 그러나 그 들녘에는 그들의 싸움을 말려 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한 자식이 다른 자식을 쳐죽이고 말았습니다.
7 그런데 이제는 친척들이 모두 일어나 형제를 죽인 놈을 내놓으라고 이 계집종을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이 아들이 자기 형을 쳐죽였기 때문에 친척들은 이제 그 원수를 갚기 위하여 하나밖에 없는 아들마저 죽이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도 제 신세는 생각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제게는 아들도 없고, 상속자도 없어집니다. 그들은 오직 이 과부 신세의 계집종에게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불꽃마저 꺼 버릴 작정들입니다. 그러면 제 남편의 이름을 계승할 자식도 없어지고, 제 남편 집안의 대를 이을 남자도 남지 않는 불쌍한 과부의 신세가 되지 않겠습니까?'
8 왕의 마음은 벌써 감동되어 통쾌한 대답을 하였다. `내가 그대를 도와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시오.'
9 그러나 드고아 여인이 좀더 구체적인 문제를 제시하였다. `임금님께서 그렇게 도와주셔도 이 계집종에게 죄를 씌우며 비난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이 허물을 저와 제 아들에게 돌리고, `왕과 왕위는 이 문제와 아무 상관도 없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10 왕이 또 잘라서 대답하였다. `그런 식으로 그대를 계속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내게로 데려오시오. 그러면 그가 다시는 그대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것이오'
11 그러나 여인은 또 이렇게 간청하였다. `지금 약속해 주신 것은 살인자의 피를 다시 흘리지 못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말씀이니, 살아 계신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걸고 맹세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제가 안심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다윗이 맹세하였다. `살아 계시는 여호와 앞에 내가 맹세하지만 그대 아들의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게 할 사람이 없을 것이오'
12 그런데 여인이 또 이렇게 청하였다. `이 계집종이 나의 주 임금님께 끝으로 한 말씀만 더 올리게 하소서' 왕이 허락하자
13 그 여인이 이렇게 말을 하였다. `임금님께서는 왜 하나님의 백성에게 그와 똑같은 부당한 일을 범하고 계십니까? 임금님의 맏아들이 들녘에서 죽은 다음, 이미 3년 동안이나 둘째 아들마저 고국을 떠나 돌아오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임금님께서 이 계집종의 아들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판결을 내려 주셨으니, 이제 만일 임금님께서도 쫓겨난 아들을 데려오지 않으시면 저절로 그릇된 행동을 하시게 됩니다.
14 우리 인간은 모두 죽게 되어 있어서, 한번 죽으면 땅에 쏟아진 물이 잦아들어서 없어지듯이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게 마련이고 죽은 사람을 다시 이 세상으로 데려올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산사람은 계속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도 산 사람의 생명은 쉽게 해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죄인에게도 살 길을 열어 주시고, 하나님께서 직접 멀리 쫓아내셨던 사람마저도 다시 자기에게로 돌아오도록 온갖 길을 다 열어 놓아 주십니다.
15 이 계집종도 하나님의 그러한 용서를 믿고 이렇게 임금님을 찾아와 호소할 용기를 얻었습니다. 친척들이 몰려들어 괴롭힐 때마다 저는 임금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임금님께선 하나님과 같이 살인자에게도 살길을 열어 주실 것이다.
16 임금님만은 나의 가련한 처지를 알아주시고, 나의 남은 아들마저 죽이려는 사람의 손아귀에서 나를 건져내 주실 것이다. 이 아들마저 죽으면 하나님께서 주신 이 땅에서 이 여종의 가족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는 큰 슬픔을 임금님만은 알아주실 것이다.'
17 또한 저는 이런 생각도 하였습니다. `임금님은 나에게 좋은 말씀으로 위로해 주실 것이다. 나의 주 임금님은 하나님의 천사와 같으신 분이어서, 나의 처지에서 무엇이 좋고 나쁜가를 분명히 가려내 주실 것이다.' 앞으로도 언제나 임금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임금님과 함께 계셔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18 왕은 드고아 여인의 길고 복잡한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물어 볼 말이 있으니 조금도 숨기지 말기 바라오' 여인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무엇이든지 말씀하십시오.'
19 왕이 물었다. `요압이 그대에게 이런 일을 시켰소?' 여인이 대답하였다. `임금님, 사실입니다! 임금님 앞에서는 진실로 어느 것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요압 장군이 제게 해야 할 말과 해야할 일을 가르쳐 주면서 저를 임금님께로 보냈습니다.
20 요압이 이런 요구를 느닷없이 임금님께 올리지 않기 위하여 이런 연극을 꾸며 주었으나, 임금님께서는 하나님의 천사와 같이 슬기로우셔서 세상에 있는 모든 일을 환히 다 아십니다.'
21 그러자 왕은 요압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내가 그대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였소. 이제 가서 내 아들 압살롬을 다시 데려오시오.'
22 요압이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을 하면서 다윗에게 아뢰었다. `임금님께서 이 종의 간청을 들어주시니, 이 종이 임금님의 총애를 입은 줄 이제야 알겠습니다.'
23 요압은 그술로 가서 압살롬을 다시 예루살렘으로 데려왔다.
24 그러나 왕은 이렇게 명령하였다. `그를 자기 집에 데려다 두되, 내 앞으로 데려오지는 말아라.' 이리하여 압살롬은 다시 자기 집에 살게 되었으나 왕을 만날 수는 없었다.
25 [잘생긴 미남자 압살롬] 온 이스라엘에서 압살롬처럼 잘생긴 미남자는 아무도 없어서 누구나 그의 준수한 용모를 칭찬하였다. 그는 머리끝에서 발끝에 이르기까지 흠 하나 없었다.
26 특별히 그의 머리카락은 숱이 많고 길기도 해서 무거운 머리채를 해마다 한 번씩 잘라 내게 되었는데, 그의 머리카락은 깎을 때마다 왕궁 저울로 200세겔도 더 나갔다. 200세겔은 약 2킬로그램이다.
27 그는 아들 셋, 딸 하나를 두었는데 세 아들은 모두 어려서 죽고 딸만 예쁘게 자랐다. 그 딸의 이름은 다말인데 이스라엘의 모든 처녀들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28 [압살롬에게 입맞추는 왕] 압살롬이 예루살렘에서 자기 부친을 만나지 못하고 산 지가 이미 2년이나 되었다.
29 그래서 압살롬은 우선 요압을 불러 왕에게 보낸 뒤 자기의 요구를 전하게 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요압이 오지 않았다. 그가 또 한번 심부름꾼을 보내어 요압을 불렀으나 이번에도 요압이 그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30 그러자 압살롬은 자기의 종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요압의 밭이 바로 내 밭 곁에 있고 그 밭에는 지금 보리가 익어서 고스러졌으니 너희가 가서 불을 질러라.' 그의 종들은 상전의 명령대로 밭에 불을 질렀다.
31 그러자 요압이 당장에 압살롬에게로 달려와서 따졌다. `어째서 이 집 종들이 내 보리밭에 불을 질렀소?'
32 압살롬은 이때를 놓칠세라 벌써부터 하고 싶었던 말을 털어놓았다. `나는 누차 그대에게 사람을 보내어 한번 들러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그대가 번번이 거절하였소. 나는 그대에게 임금님을 찾아가서 내 말을 한가지 전해 달라고 부탁하려던 참이었소. 그러니 이제 가서 내 말을 전해 주시오. `도대체 내가 무엇 때문에 그술에서 돌아와 있게 되었습니까? 차라리 내가 그곳에 그냥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습니다.' 내가 일단 이곳에 와 있는 이상 임금님을 뵙고 싶소. 내가 죽을 죄인이라면 임금님께서 이제 나를 죽여도 좋소'
33 요압은 왕에게 가서 압살롬이 부탁한 말을 그대로 전하였다. 그러자 왕이 자기 아들을 데려오게 하였다. 압살롬이 왕 앞에 나가 얼굴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을 하자, 왕은 두 팔로 아들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